왠지 침침한 눈…방심하면 '평생후회'

밤낮으로 혹사시켰는데도 불구하고 별탈없이 잘 참아주던 눈이었다.그러나 근래들어 시력이 계속 떨어지더니 급기야 한가운데가 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돋보기가 안맞는 탓으로 여긴 K씨(55·회사원)는 안경을 바꿔 보았다.그러나 증상은 크게 나아지질 않았다.그도 그럴것이 그의 눈에는 노인성 황반부변성이라는 질환이 찾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황반부는 시신경이 밀집되어 있는 망막 중심부.따라서 황반부가 붓게 되면 중심이 뿌옇게 보이고,출혈을 하면 가운데에 암점(暗點)이 생기며 흉터가 생길 경우엔상이 구겨진 듯 쭈글쭈글하게 보인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권오웅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황반부에 찌꺼기가 쌓여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면서 황반부가 파괴되는 것”이라며 “심할 경우 실명까지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가장 흔한 실명 원인은 당뇨병성 망막증과 백내장,그리고 녹내장이다.먼저 당뇨병성 망막증은 당뇨병으로 인해 망막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미세혈관이 막히면서 망막이 붓거나 출혈을 일으키는 병.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들이 시력감퇴와 눈에 먼지같은 부유물,심하면 덩어리 같은 것이 떠다닌다고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인이 돼 당뇨가 생긴 이들은 15년이 지나면 거의 절반정도가 합병증으로 증식성 망막증을 앓게 되므로 10년째부터는 정기검진이 필요하다.현재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수는 1백만여명.줄잡아 50만여명이 망막증을 합병,실명위기에 놓이고 있는 셈이다.

백내장은 카메라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나이가 쉰을 넘으면 별다른 이유없이 눈이 침침해지며 시력이 떨어진다.이른바 노인성 변화다.평균연령이 높아지는 것에 비례해 발병하는 이들도 많아지는 셈.그밖에 당뇨,눈속의 포도막염이나 망막질환,외상에 의해서도 백내장이 올 수 있다.

백내장은 초기에 빛이 번지는듯 눈이 부신다.수정체가 부분적으로 혼탁해지면서 빛이 산란되기 때문으로 어둡거나 흐린날은 불편함을 모르다가 햇빛에 나서면 증상이 심해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80년대 들어서부터 합병증이 없는 간편한 수술법이 보편화하고 있다는 것.대표적인 것이 ‘초음파 유화 흡입술’.초당 4만번 진동하는 초음파로 혼탁하고 딱딱해진 수정체핵과 피질을 죽처럼 만들어 빨아내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집어넣는 원리다.

3㎜정도의 작은 절개,15분 내외의 수술시간,빠르면 당일 수술·퇴원이 가능한 것도 이 수술법의 장점들.서울대병원 안과 이진학 교수는 “최근엔 어븀야그레이저를이용하는 방법과 함께 주사기로 인공수정체를 넣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내장은 안압과 관련있는 질환이다.수정체와 각막에 영양공급을 위해 순환되는 방수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눈의 압력을 높인다.마치 싱크대에 수돗물을 틀어놓고 구멍을 막으면 물이 넘치는 원리와 같다.

문제는 안압이 높아지면 눈 전체에 압박이 가해지고 가장 취약한 부위인 시신경유두(망막에 맺힌 상을 뇌로 전달해주는 신경머리 부분)가 뒤로 밀려 손상받게 되는 것이다.

녹내장은 주로 40대이후 질환이지만 미용안약 사용이 늘면서 젊은층에서도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서울 홍철 안과 원장(압구정동)은 “녹내장클리닉을 찾는 환자의 10%가 안약사용의 피해자”라며 “특히 사회활동이 활발한 젊은이들이 눈의 충혈을 없애기 위해 습관적으로 안약을 사용했다가 녹내장으로 평생 관리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미용안약이 녹내장을 일으키는 것은 약에 함유돼 있는 스테로이드 성분 때문.스테로이드가 배출구 조직을 망가뜨려 안압을 높이는데 짧으면 1주일,길어야 3개월이내 증세를 일으킨다.

홍원장은 “더욱 심각한 것은 시신경이 90%까지 손상돼도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대부분 통증없이 진행되고 일단 진행되면 증세를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미세한 시야장애가 올 때는 물론,40세 이후부터는 정기적인 눈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