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줄여 부자되자 빚도 다이어트


















키 167cm에 몸무게가 53kg인 교사 이성연(30·여) 씨는 1일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다. 살림에서 소비를 줄이려는 다이어트다.

교단에 선 지 5년째인 이 씨가 모은 돈은 원룸 보증금 3000만 원이 전부. 마이너스 통장에 200만 원의 빚이 있어 실제로는 그보다 적다. 다이어트의 첫 단계는 매일 아침 마시던 스타벅스 커피를 안 마시는 것. 커피 값만 아껴도 한 달에 10만 원 이상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빚 다이어트(Debt Diet)’란 신조어가 인터넷 재테크 관련 사이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가계 빚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운동이다.

미국 CBS의 인기 프로그램 ‘오프라 윈프리쇼’가 국내 케이블TV에 방영되면서 지난달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됐다.

보통 ‘재테크’ 하면 돈을 잘 굴려서 부자가 되는 것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빚 다이어트’는 소비를 줄여 부자가 되자는 것이다. 미국 가계의 70%가 빚에 쪼들리고 있는 현실을 타개해 보자며 나온 말이지만 한국 실정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재정 전문가들이 ‘빚 다이어트’를 위해 필요한 단계별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빚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아야 한다. 신용카드는 사용한 다음 달에 청구되기 때문에 자신의 용돈이나 월급 한도를 초과해 소비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빚이 정확히 얼마인지 아는 사람도 예상보다 적다고 한다.

둘째는 지출 내용 기록하기. 한 주 동안 사용할 돈을 봉투에 넣은 뒤 그 범위 안에서 소비하고, 사용한 내용을 봉투에 기록하면 불필요한 소비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셋째는 대출 금리 낮추기. 금리가 낮으면 부채에서 벗어나는 시간도 짧아진다. 은행을 방문해 금리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를 멈추는 것이다.

ID가 ‘로빈’인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육체적으로 다이어트 하는 것도 힘들지만 소비생활에서 다이어트 하는 것도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적었다.

재테크 포털 사이트 ‘모네타’의 오수원 재무컨설턴트는 “어떻게 하면 내집 마련을 빨리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첫 번째 방법은 수중에 들어온 돈을 쓰지 않는 것”이라며 “전체 소득 중 투자나 저축 비율이 50% 이하라면 ‘빚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PB영업추진팀 김창수 차장은 “‘빚 다이어트’는 미국 금융회사에서 중산층을 상대로 컨설팅 해주는 ‘재무 설계(Financial Planning)’ 개념 중 부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류층은 투자에 초점을 둔 컨설팅이 필요하지만 중산층 이하는 가계의 재무 상태와 현금 흐름을 먼저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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