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재테크는 펀드로 통한다



















적립식펀드 적금 앞질러…5년내 400조 예상


 

 
지난주 D증권사 서울 강남역 지점에는 인근 사찰에 기거하는 스님 2명이 찾아왔다.
사찰 공금을 연리 4.2%를 주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넣고 개인적인 자금은 자유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겠다는 것.

이들이 펀드투자를 하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형 펀드에 넣은 돈은 벌써 초기 자금을 포함해 각각 2000만~3000만원에 달할 정도다.

최근 주가가 올라 수익률도 15%대에 이르고 있다.

D증권 관계자는 "이 사찰 스님들은 그동안 은행 예금이나 채권형 펀드, MMF 등 금리상품에 주로 돈을 넣었으나 최근에는 주식형 펀드에 관심이 많다"고 소개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김해경 씨(36)는 이제 막 돌을 지낸 아들을 위해 A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펀드에 가입했다.
보험설계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에게서 "어린이 보험에 가입하라"는 강력한 권유가 있었지만 미련없이 펀드를 선택했다.

대한민국 재테크의 핵심 축이 `펀드`로 바뀌어 가고 있다.

과거 은행 정기적금ㆍ예금에 몰렸던 자금이 속속 이탈해 펀드로 이동하고 있으며 부동산에만 집중하던 거액 자산가들도 펀드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입사원들은 은행 적금 대신 적립식펀드로 재테크를 시작한다.

1999년 262조원까지 팽창했던 국내 펀드시장은 이후 대우사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건 등을 거치며 2003년 142조원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이후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하 간투법) 시행과 함께 적립식 펀드 인기, 글로벌 증시 상승, 국내 운용능력 향상 등이 맞물리면서 4월 말 현재 238조원까지 성장했다.

바야흐로 `펀드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르네상스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재테크 흐름"이라고 말한다.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초저금리와 인구 고령화 문제가 맞물리는 시기에는 당연히 `저축`에서 `투자`로 시중자금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1월에는 적립식 펀드 수탁액(18조1860억원)이 은행 정기적금(17조2642억원)을 9200억원 넘게 추월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미국은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간 펀드시장이 2조달러에서 10조달러로 연 8% 이상 성장했다"며 "국내 가계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되는 현상이 해소되면 연 15% 성장도 가능해 2012년에는 40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은행권에 집중된 판매 영향력 분산, 운용사 대형화와 전문성 제고, 단기시황에 휘둘리지 않는 투자문화 정착, 기업퇴직연금 등 개인 장기투자금 유입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 `펀드 르네상스` 장기 트렌드 된다 = 박미경 한국증권 PB사업본부장은 "20년 가까이 펀드를 팔아왔지만 요즘처럼 신나는 적이 없다"고 했다.

힘들게만 보였던 수탁액 200조원 고지도 한순간 탈환했는가 하면 적립식펀드-해외펀드-대안투자펀드 등으로 펀드 열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펀드가 국내 재테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국내 증시와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에서 찾을 수 있다.

등락은 있지만 폭락이 나타나지 않은 채 장기간 상승 기조를 유지하자 수익률에 대한 `신뢰`가 쌓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3년간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 중에서 "망했다"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하지만 대다수 시장 전문가는 이런 `펀드 르네상스`가 단지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한 국가의 자본시장과 사회 계층구조가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저금리와 고령화로 인한 필수적인 현상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미국은 80년대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2%에서 3%까지 떨어지면서 전체 가계자산 중 55%에 달하던 예금 비중이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은 "하나의 기조적인 흐름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당장 주가가 단기간 조정을 받더라도 펀드, 특히 주식형 펀드에 대한 자금 증가 속도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부동산 집중 가계자산 `펀드 실탄` 될까 = 통계청의 지난해 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총자산의 83%가 거주용 주택에 묶여 있다.

대신증권은 거주용 부동산 자산 외에도 기타 목적의 자산(오피스텔 임대주택 등)까지 포함하면 한국인이 의존하는 부동산 자산 비중은 90%에 육박한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게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가계자산 중 금융 자산이 35.7%, 주거용 부동산은 32.3%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국의 부동산 자산 의존도가 미국시장에 비해 지나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왜곡 현상이 오히려 힘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만큼 펀드로 유입될 `실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금리와 고령화라는 두 마리 토끼만을 믿고 무작정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

펀드 자금이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건 사실이지만 최근 코스피지수 최고치 경신에도 한 달 동안 3조원 넘게 환매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펀드 르네상스`의 질적 개선을 위해선 고객(투자자)을 위한 서비스 개선이 필수다.

고객 서비스의 핵심은 바로 펀드 판매망 확대와 수수료 체계 다양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은행ㆍ증권사 집중에서 탈피해 원하는 펀드를 보다 저렴한 수수료에 선택할 수 있는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