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와의 이별


















'펀드 쇼핑' 중독자인 강현주(회사원)씨는 2년 전, 친구의 권유로 가입한 국내 펀드에서 4개월 만에 50% 넘는 수익률을 올린 뒤로부터 펀드에 맛이 들렸다. 빚까지 내서 거치식, 해외, 부동산, 인덱스 펀드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현재 가입된 펀드만 7개고, 강씨를 거쳐간 펀드만 13개다.

그녀는 과연 돈을 많이 벌었을까? 강씨는 “펀드 중엔 크게 재미 본 것도 있고, 예금 이자보다 못한 수익을 올린 것도 있다”며 “그런데 문제는 중간에 펀드를 자꾸 깨는 바람에 물어 준 환매 수수료가 꽤 크다는 것과 내가 환매한 이후 펀드가 더 잘나가 배가 아픈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가입자들의 영원한 고민인, ‘깰까 말까’. 특히 요즘 주가가 1500선을 뚫고 질주하자, 이쯤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펀드를 깨려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계약 기간 전에 환매하는 것은 금물이며, 당장 수익률이 나쁘다고 무조건 펀드를 해약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여러 개 펀드에 가입했다면, 도대체 언제쯤, 어떻게 빠져나와야 좋을까?


◆이별후 내가 더 상처받을 수도…중간 환매는 가급적 피해야

펀드의 환매 수수료는 계약기간 전에 돈을 찾으면 지급하는 일종의 벌칙성 수수료다. 물론 펀드마다 다르지만 보통 국내 펀드의 경우, 가입 후 90일 이전에 돈을 빼면 이익금의 70%를 내야 한다. 해외 펀드는 계약기간 180일이 적용된다. 또 적립식 펀드라면 매월 집어넣은 입금액별로 각각 계약 기간이 지나야 한다. 물론 환매 수수료는 이익이 나지 않았다면 낼 필요가 없다.

환매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다양하니 자기 펀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베트남펀드(적립식)는 1년 안에 돈을 찾으면 이익금의 70%, 2년 미만은 50%, 3년 미만은 30% 등으로 계약기간이 아주 길다. 또 펀드를 가입하는 시점에 선취 수수료라고 해서 미리 원금의 1% 상당을 뗀 뒤, 나중에 언제 돈을 찾아가든 환매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해 놓은 펀드도 있다.

◆굳이 이별해야 한다면 이런 펀드부터

펀드를 해약해야 할 때가 있다. 계획 없이 펀드에 가입해 비슷한 유형이 많을 때가 특히 그렇다. 따라서 자신이 가입한 펀드 유형을 쭉 분류해 본 뒤, 겹치는 펀드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펀드를 해약할 때, 해외 펀드가 국내 펀드보다 많지 않게 하라고 조언한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용산지점 차장은 “우리가 잘 알고 비교적 안정적인 국내 펀드 비중을 적어도 50% 이상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투자증권의 박미경 PB상무는 안정적 투자자라면, 국내 주식 펀드를 70% 이상 가져가라고 말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설정액이 수조원에 이를 정도로 너무 크거나, 10억원 미만의 작은 펀드도 환매 우선 순위라고 얘기한다. 삼성증권 PB연구소의 고규현 연구원은 “금액이 너무 작은 펀드는 자칫 청산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펀드 운용사 입장에서 신경을 덜 쓸 수도 있다”며 “1000억원 안팎의 펀드가 운용하기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규모가 작은 펀드는 상대적으로 대형주나 거액 채권을 편입하기 어려워 펀드 운용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이 밖에 수익률이 지나치게 들쑥날쑥한 펀드나 매니저가 자주 바뀌는 펀드를 해약 우선 순위로 꼽았다. 수익률로 1등을 했다가 금세 곤두박질치고, 또 올라오기를 반복하는 ‘우여곡절형’ 펀드보다 벤치마크(비교지수) 대비 꾸준한 수익을 올리는 펀드가 낫다는 얘기다. 또 애초의 운영 철학과 다르게 가는 펀드도 해약 1순위라고 전했다. 처음엔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배당과 관련 없는 주식을 고르는 펀드 등을 말한다.
 


이런 펀드부터 해약하세요  

①비슷한 유형의 겹치는 펀드부터

②벤치마크(비교지수)보다 수익률이 낮은 펀드

③수익률이 들쑥날쑥한 펀드

④펀드매니저가 너무 자주 바뀌는 펀드

⑤설정액이 10억원 미만의 펀드

⑥해외 펀드의 개수가 전체 펀드의 절반이 넘는다면 해외펀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