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성장에 맞춰 분산투자하라


















저성장시대 필수 투자상품으로 각광… 성공적인 해외펀드 투자법

해외펀드 전성시대.


서울의 한 증권사 객장 주식시세판 앞에서 충격을 받은 듯한 투자자가 얼굴을 감싸고 있다.  
우리나라 투자 상품 역사에 최근의 몇 가지 경험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2001년부터 시작된 적립식 펀드 붐과 해외펀드 투자의 활성화가 바로 그 이례적인 사건의 주인공들이다. 사실 그 이전까지의 금융상품들은 이름만 다를 뿐 속내는 ‘이자 몇 % 더 얹어 주기’식 상품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와 해외펀드는 원금이 깨질 수도 있는 투자형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해외펀드는 특히 투자처의 다변화라는 차원에서도 자산관리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 자본시장 전 세계 1.3%에 불과

먼저 해외펀드를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야 하는 이유는 먼저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 세계에서 약 1.3%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만일 우리나라에만 투자를 한다면, 나머지 약 98%의 시장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에만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극명하게 보여 준 사건이 바로 외환위기이다. 외환위기로 금리가 폭등하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이 폭락하자 많은 투자자들이 커다란 고통에 빠졌다. 만일 자신의 금융자산 중 일정 부분을 해외펀드에 투자했다면, 수익을 냈거나 설사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상당 부분 위험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짚어 봐야 할 것이 외환위기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큰 수혜를 입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서울 강남 스타타워나 강북의 파이낸스 빌딩을 비롯한 주요 건물들과 헐값에 거래되는 주식을 대대적으로 매입했던 외국인들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사실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펀드’다. 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펀드에 맡긴 돈을 갖고 국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싹쓸이했던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가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나라에는 좋은 기회가 됐던 셈이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우리의 고통이 곧 다른 사람들의 행복이었던 것이다. 이들이 거둬들인 수익은 결국 펀드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데 한몫 했다

둘째, 해외펀드를 통해 투자위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다. 투자를 신발 사는 것에 비유해 보자. 신발을 사는 비용으로 100만 원이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름에 신을 시원한 샌들과 겨울철에 대비한 따뜻한 부츠, 정장에 걸맞은 멋진 구두, 운동할 때 신을 운동화, 주말에 신는 캐주얼구두 등 여러 유형의 신발을 골고루 살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 같은 구두만 100만 원어치 산다면 돈을 효율적으로 쓸 줄 모르는 사람이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스타일의 펀드에 투자하면 시장 상황에 따라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스타일이 같으면 시장에 따라 수익률이 똑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자산과 스타일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적으로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각 나라마다 발전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전단계가 다른 ㄱ국가와 ㄴ국가 등에 분산투자했다면 ㄱ국가의 경기가 안 좋아 손해를 봤더라도 ㄴ국가에서 얻은 수익을 통해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게 된다.

앞으로 국가별 경제 발전의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주로 인구 구조에 기인한다. 즉 부양해야 할 노인의 비중과 일할 수 있는 젊은이의 비중이 나라와 대륙별, 선진국과 후진국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노인이 많은 선진국의 경제는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고령인구가 많으면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국가 전체의 소비규모도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젊은이가 많은 개발도상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셋째, 해외펀드는 저성장 시대의 필수 투자 상품이라는 점이다. 80~90년대 연 평균 8%에 달하는 고성장의 신화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 돼버렸다. 지금은 기껏해야 연 4%의 성장을 할 뿐이다. 즉, 과거의 절반밖에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릇 돈이란 성장성을 찾아 움직이는 법이다. 최근 중국과 인도로 돈이 몰리는 것은 이들 국가의 성장성에 많은 투자자들이 후한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고, 최근 긴축 정책으로 돌아섰지만 그래도 연 7% 이상의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신흥시장 위주 투자는 위험성 커

요즘에는 투자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기관투자가 역시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지난 2002년부터 해외채권과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많은 해외펀드들이 설립돼 있는 버진아일랜드.  
국민연금의 적립금이 늘어나면서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기금의 1~2%만 투자해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적지 않게 됐다. ‘연못 속의 고래’라고 불릴 만큼 덩치가 커졌기 때문에 연못을 떠나 바다로 나가야 하게 됐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늘리는 또 다른 이유는 해외 여러 국가에 분산투자할 경우 전체적으로 투자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기 사이클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 나눠 투자하면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만일 우리나라 경기가 안 좋더라도 경기가 좋은 다른 나라에서 수익을 올려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해외투자를 하게 되면 국내에 없는 투자 대상을 해외에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은 수십 년 후 국민의 노후 생활을 위해 쓰일 자금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시장상황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장기적인 투자전략을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과를 올리는 데 더 많은 고민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 대상이 한정돼 있다. 대표적으로 채권을 들 수 있다. 국내 회사채의 만기를 보면 4년 만기 이내가 대부분이고 5년 이상인 장기채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또 대형 사모펀드나 부동산, 금이나 원유 등에 투자하는 국제상품(Commodities) 펀드 등 대체투자상품이 우리나라보다 해외시장에 훨씬 많다. 이런 이유로 인해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국민연금이나 개인이나 투자의 규모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목표하는 점은 안정적인 자산운용일 것이다.

다만 해외펀드에 투자하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한 나라도 끊임없이 성장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80년대 우리나라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과 함께 ‘아시아의 용 4마리’라 불리며 세계 최고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완연한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이, 60~70년대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독일과 일본이 높은 경제 성장세를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세계의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각 나라의 경제발전 단계는 고성장 시기를 거쳐 저성장 단계로 접어든다는 게 역사의 경험이다. 따라서 올바른 해외펀드 투자를 위해서는 각 국가별 경제발전단계를 감안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모든 자금을 신흥시장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국내 펀드와 선진국 펀드 그리고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 금액을 할당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흥 시장은 변동성이 커서 주가가 오를 때는 가파르게 오르지만 작은 충격에도 주가가 큰 폭락하곤 한다. 따라서 해외펀드 포트폴리오를 자칫 지나치게 신흥시장 위주로 가져갈 경우 곧바로 변동성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게 된다.

중국인의 해외 동포격인 화상(華商)은 유대인 못지않은 상술과 기질로 유명하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은 세계 3위의 경제 세력으로 세계 경제에서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지역 자산의 60%, 상권의 70%를 장악할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1990년대 중국이 받아들인 해외자본의 절반 이상이 이들의 자본인 것으로 추정돼 중국 고도성장의 견인차는 바로 화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조국을 떠나 세계 각국에 정착해야 했던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다름 아닌 ‘세계 어느 지역이든 가장 효율적인 대상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돈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면 기꺼이 국경을 넘는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이 같은 ‘해외투자 마인드’야 말로 세계화 시대 부자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