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 아는 만큼 수익도 크다


















"적립식 펀드는 한달에 한 번 돈을 넣는 것 아녜요? 어떻게 사흘만에 돈이 또 빠져나갑니까?"

9월 중순 명절 쇨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간 이아무개(33)씨는 계좌를 보고 깜짝 놀랐다. 9월 2일 적립식 펀드 신탁자금 30만원이 이체된 데에 이어 9월 5일 다시 30만원이 또 빠져나간 것이다.

이씨가 "이렇게 되면 적립식 펀드 효과를 볼 수 없으니 펀드 잔고좌수를 원래대로 해달라"고 요구하자 은행직원은 대답했다. "어차피 9월에 두번 빠져나갔으니, 10월엔 건너뛰고 11월에 빠져나가도록 해드릴까요?"

일부 판매사에서 적립식 펀드에 대한 '상식 없는' 판매 행태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씨의 사례에서 보듯 적립식 펀드를 이자상품처럼 취급하는 판매직원이 아직 현장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사고'는 특히 월말 가입자에게서 자주 일어난다. 펀드 판매자가 첫 불입일과 다음 불입일의 간격을 신경 써서 기입하지 않으면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다음 신탁금이 이체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모 은행을 통해 8월말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김아무개(34)씨 역시 첫 신탁금을 넣은지 닷새만에 두번째 자금이 불입되는 사태를 겪었다. 월말에 계좌를 만들면서 다음 이체일을 월초로 지정하자 은행에서 연 이어 신탁자금을 빼간 것이다.

적립식 펀드의 매입단가하락 효과는 같은 기간, 같은 금액을 불입해야 생겨난다는 것은 투자판의 상식인 터. 그러나 김씨의 환매 요구에 펀드 가입을 상담했던 은행 직원은 "다른 가입자들한테도 이런 일이 일어났지만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주가가 오르고 있으니 그대로 두면 어떻겠냐"고 답했다. 주가 하락 시 김씨가 입을 손실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여러번 전화 통화를 거듭한 끝에 첫 불입액을 다시 계좌로 입금 받는 데에 성공했다. 이익금의 70%를 환매수수료로 내긴 했지만 김씨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마당에 주가 하락 위험을 원래대로 줄여놓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판매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적립식 펀드 시장 성장세에 비해 전문적 재무 상담 실력을 갖춘 판매직원의 수는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적립식 펀드는 3월말 이후 4개월간 2조원이 증가해 8조5000억여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모 증권사 본사에서만 10여년을 일하다 지난해 영업직 발령을 받은 박아무개(38) 차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객들한테 적립식 펀드는 어느 때 가입하든 연 10~15% 이상 수익을 내는 고수익 상품이라는 식으로 소개했다"며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적립식 펀드 역시 시장 하락기에 환매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거나 때론 거치식보다 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는 최근 혼자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깨달았단다. 그는 "적립식 상품의 장점 위주로 교육 받다보니 투자 주의점이나 단점에 대해선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땐 펀드에 대한 전문 지식이 높은 투자상담사나 재무설계사(FP)의 상담을 판매사에 요구하라고 조언한다.

한 은행의 재테크팀장은 "적립식 펀드에 월 20만원을 불입하는 사람은 은행, 증권 등 판매사에만 일년 동안 1만9000여원의 보수를 주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판매사들은 보수 수준에 걸맞는 전문적 재무상담가를 갖추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므로 가입자가 먼저 판매사에 전문적인 상담서비스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투자자가 높은 수익률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펀드 판매사는 은퇴자금, 교육자금 등 재무설계를 선행한 뒤 상품을 판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