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만들기’ 왕도는 없다(펌)



















“나라고 벌지 못하란 법 있나…” 하는 마음으로 ‘거금’ 2만원을 내고 지난주 10억만들기 재테크 세미나에 다녀왔다.

수백명이 앉을 수 있는 서울 여의도 세미나장은 나처럼 기대에 부푼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유료인데 꽉 찰까 생각했던 내가 순진했다. 신용카드사가 흔들릴 정도로 경기가 나쁘고, 특검·파병·부안사태를 놓고 정치판이 어수선하다보니 사람들의 돈에 대한 갈증이 더 심해진 듯하다.

평소 “재테크를 하지 않는 게 내 재테크”라고 굳게 다짐하고 실천해 오던 터라, 돈까지 내야 하는 세미나에 참석할까 말까 갈등이 없지 않았다. 그러다가 “IMF 때보다 더하다”는 불안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참석 결정을 내렸다.

누구는 30대에 10억을 벌었다는 둥, 집 빼고 10억을 서둘러 마련하지 못하면 노후가 어떻게 된다는 둥 하는데 나만 손가락을 빨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컸다.

세미나는 최소한 2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특히 나같은 재테크치(痴)에겐 새겨들을 만한 충고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예금 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빚 먼저 갚으라는 충고는 평생 잊지 않을 참이다. 예전의 나 같으면 별 생각없이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아가며, 이자가 좀더 나오는 비과세 저축에 들었다고 좋아라 하는 바보 짓을 되풀이했을 것이다.

종자돈보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더 중요하다는 강사의 열변도 귀에 쏙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종자돈 없이 창업한 사람들이 넉넉하게 창업한 사람들보다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도 난다.

‘왜 10억인가’에 대한 설명도 명쾌했다. IMF 위기 이전엔 55세 정년에 퇴직금 1억∼2억원을 챙겨 나와 은행에 넣어두면 이자만으로 생활이 가능했다. 돌이켜보면 꿈같은 일이었다.

포스트 IMF 시대에 정년 퇴직은 ‘예술’의 경지라니 논외로 치자. 38선을 넘어 사오정까지 버틴다 해도 퇴직 시한이 10년은 앞당겨졌다. 반대로 수명은 더 늘었다. 만약 사오정에 회사를 그만둔 사람이 평균 수명(76세·2001년)을 채우려면 장장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무슨 돈으로 30년 동안 아이들 대학 보내고, 아파트 관리비 연체하지 않고, 외식하고, 병원비 내면서 품위 있게 보낼 것인가.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알량한 퇴직금에서 나오는 은행 이자는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국민연금이 얼마나 나올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그렇다고 원금을 까먹자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재무적으로 가장 위험한 인생은 소득 없이 오래 사는 것”이라는 경고가 피부에 와 닿았다.

여기서 나온 결론이 10억이다. 지금 10억을 은행에 맡기면 세금 떼고 대략 월 250만원 정도 나올 거다. 이 정도는 있어야 식구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그럭저럭 살 수 있다.

좋다, 집 빼고 10억을 빨리 벌어야 한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어떻게… 재테크만 하면 누구나 돈을 눈덩이처럼 불릴 수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세미나에서 얻은 또 하나의 교훈은 “자기 눈에 보이기 전에는 절대로 움직이지 말라”는 거였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는 식으로 섣불리 나서지 말라는 얘기다. 먼저 길이 보일 때까지, 수능보다 더 열심히 재테크를 공부해야 한다는 충고도 뒤따랐다.

간혹 주위에서 주식 등 재테크로 재미를 봤다는 사람을 본다. 그러나 돈을 잃었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재테크 ‘내공’을 쌓기도 전에 분위기 따라 이쪽으로 우르르, 저쪽으로 우르르 몰려 다닌 결과가 아닐까싶다.

10억만들기 재테크 역시 자기가 들인 노력에 비례한다. 은행·증권·투신·저축은행에서 쏟아지는 수백종의 금융상품 중에서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을 찾으려면 프라이빗 뱅커 뺨치는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시장 흐름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예측력이 필수다.

세미나에서 한 강사는 30대에 10억을 거머쥐는 부자가 되려면 “돈을 감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필사적인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절대 동감이다. 세미나 한번 참석한 걸 핑계삼아 재테크 왕초보가 한마디 하자면 이렇다. “10억을 공짜로 벌겠다면 그건 도둑놈 심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