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을 막는 10대 강령 ~



















1. 지갑 속에 부적을 넣어라
첫째, 언제 어디서 지름신에 홀리게 될지 알 수 없으므로 항상 소지할 것. 둘째, 지름신의 기를 약화시킬 수 있도록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둘 것. 항상 소지하는 지갑, 열자마자 바로 보이는 투명 칸막이 속이 정답이다. 여기서 부적이라 함은 물론‘구매 리스트’. 손으로 성의 없이 휘갈겨 쓴 부적이라면 지름신과 맞설 수 없다. 빤들빤들한 A4 용지에 글자 크기 13포인트 이상, 물론 굵은 글씨로 프린트한 부적이라야 한다.

2. 매장 언니와 친해지지 마라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귀머거리 행세를 하라. 말 시켜도 못 들은 척하라. 못 들은 척이 불가능하다면 “네에…” “으음…” 등 경제력과 구매 의사가 박약한 소비자인 양 기운 빠진 답변으로 일관하라. 매장 언니와 친근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미안해서라도 지갑을 열게 된다. 그녀가 “예뻐요” “진짜 잘 어울린다” 등등 온갖 달콤한 찬사를 늘어놓을 때, 나의 지갑지수와 그녀의 연봉(=매출 실적)이 정확히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라.

3. 눈가리개를 부착하라
경주마에 눈가리개가 없다면 경마장 풍경은 투견장과 비슷해질 것이다. 구매 리스트에 ‘샌들’이라고 적혀 있다면 신발 매장 외에는 곁눈질도 하지 마라. 1층에서 화장품을 구경하지 말 것이며, 2층에서 마네킹과 눈을 마주치지 말 것이며, 에스컬레이터 앞 매대에서 한 장에 만원 하는 스카프를 만지작거리지 말지어다. 백화점에 들어서자마자 엘리베이터로 뛰어 가라.

4. 반올림하라
외우자. 달달 외우자. 9천9백원은 1만원이다, 1만9천9백원은 2만원이다, 2만9천9백원은 3만원이다…. 키 159cm는 일말의 가책도 없이 160cm로 뻥튀기하면서 9천9백원은 왜 9천원이라고 착각하는가. 매장에서, 인터넷에서, 가격표를 볼 때는 반드시 반올림해 읽는 습관을 들여라. 고작 9백원 차이로 지름신이 못 오실 리 없으나, 적어도 오시는 걸음이 느려질 것이다.

5. 세일 기간을 노리지 마라
백화점 세일 기간을 기다렸다 찜해둔 물건을 산다고 해서, 매장마다 또는 사이트마다 차이 나는 할인율을 꼼꼼히 계산한 후 좀 더 저렴한 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고 해서 당신의 지갑지수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세일이든 할인율이든, 소비자가 지름신의 지배하에 들어가도록 하기 위한 판매자의 교묘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절약한답시고 백화점 세일 기간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당신은 이미 지름신의 마수에 걸려든 것.

6. 혼자 쇼핑하지 마라
인터넷 쇼핑의 가장 큰 단점은 당신을 제어해줄 ‘쇼핑 메이트’가 없다는 것이다. “안 어울려” “뚱뚱해 보여” “싼티 나” “너 비슷한 옷 또 있잖아” “다리 아파,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너 미쳤니” 등등의 냉철한 충고로써 지름신의 강림을 저지해줄 최후의 방어선이 없다는 뜻. 쇼핑하러 갈 때는 반드시 지름교 신자가 아닌 친구 또는 가족과 동행하라. 그렇다면 인터넷 쇼핑은? 아예 하지 마라!

7. 최소한의 현금만 소지하라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있으면 있는 대로 쓴다. 학교 식당 점심&저녁 5천원, 쉬는 시간에 자판기 커피 2백원, 버스비야 교통카드가 있으니 토털 5천2백원이면 먹고살 수 있다. 만약 수중에 2만원이 있다 치자. 점심에 5천원짜리 불고기 도시락 배달해 먹고, 저녁에 7천원짜리 봉골레 스파게티 먹고, 밤에 4천원짜리 콩다방 커피를 친구 것까지 같이 계산하지 않겠는가. 5천2백원x30일=15만6천원. 2만원x30일=60만원.

8. 마지막에 속지 마라
‘마지막 세일’ ‘다시 없는 기회’ ‘이 제품 이제 안 들어와요’ ‘자, 2분 남았습니다’…. 믿지 마라. ‘지금 아니면 못 산다’고 쉽게 단정 짓지 마라. 좋은 제품, 인기 있는 제품, 많이 팔리는 제품은 반드시 재입고하게 되어 있다. 리미티드 에디션이 아닌 한, 그 제품이 정말로 영영 마지막 제품이었다면 그건 재입고할 가치가 별로 없는 제품이란 뜻이다.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져라.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는가.

9. 자아비판 시간을 가져라
싫증난 다이어리를 용돈 기입장으로 재활용한다. 매일매일 구매한 모든 항목을 꼼꼼히 기록한다. 습관처럼 사먹는 3천원자리 테이크 아웃 커피, 싼 맛에 사는 5천원짜리 귀고리, 기분 좋아 한턱 쏜 3만원어치 술... 일주일만 적어봐도 자신이 얼마나 주제 파악 못하는 인간인지 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가 있다면 기도를 할 것이며, 종교가 없다면 명상을 하라 긴장을 해소하고 의지력을 향상 시키는 효과가 있다. 요가나 단전호흡, 스트레칭도 좋다

10. 투자 대상을 물색하라
위9개 강령을 성실히 수행하여 쇼핑으로 탕진했을 돈이 고스란히 수중에 남앗다면 그 돈을 보람 있는 일에 투자하라. 한 달 평균 30만원을 ' 질러' 왔다면 1년이면 360만원 한 학기 등록금아 아닌가 학비 버느라 허리 휘는 부모님께 360만원을 뻣뻣한 현금으로 척 하니 디민다면 정말이지 상상만 해도 어깨가 으슥 올라가지 않는가 하다못해 배낭여행을 간다거나, 적금을 든다 거나 한 달에 단돈 만원씩이라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낸다거나... 인생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