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중앙일보 2005. 5. 25

병이 났을 때 배우자가 간병을 하는 것이 최선일까. 적어도 상당히 숙달되기 전까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간병인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 20일 분당 서울대병원 입원실.

70대 뇌출혈 환자를 돌보는데 부인.자녀 등 가족 세 사람이 달라붙었다. 하지만 환자복을 입히는데도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환자의 머리가 침상 모서리에 부딪치기까지 했다.

미국 피츠버그대 스콧 비치 교수는 최근 간병은 배우자보다 간병인에게 받는 것이 '덜 부담스럽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265명 대상)를 발표했다.

배우자의 37%가 "간병 도중 '고함을 지르거나 환자를 때리거나 너싱홈(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을 위한 전문 요양시설)으로 보내겠다고 위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선진국에도 간병인이 있으나 주로 너싱홈이나 가정에서 일한다. 다수가 병원 입원실에서 상주하는 우리와는 다른 양상이다.

핵가족화와 여성의 사회 진출로 최근 국내 병원 입원실에도 '환자 도우미'라고 불리는 직업 간병인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총 병상수가 830개인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의 경우 하루 평균 150명의 간병인이 입원실에서 상주한다.

이들은 환자의 체온.맥박.호흡수를 재고, 음식 섭취량과 횟수, 배설물의 양과 횟수를 측정해 기록하는 일도 한다. 심지어는 반드시 의료인이 해야 하는 석션(가래 배출하기)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간병인은 보수(24시간 근무시 하루 5만원)에 비해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다.

21일 자정~오전 3시쯤 분당 서울대병원의 입원실에서 본 간병인들은 수시로 잠에서 깨 '용변을 보고 싶다' '어깨를 주물러 달라' '이야기를 해달라' '통증을 멈추게 해달라'는 환자의 요구에 응하느라 파김치가 된 모습이었다.

이 때문인지 간병인 세 명 중 한 명은 '환자에 대한 죄책감.좌절감.분노.기진맥진'등 탈진 증후군을 일으키거나 우울감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간병인의 주 평균 근무시간은 20시간에 불과한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