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운동&미용운동... 눈과 귀

지나친 운동, 생명을 단축시킵니다

World Sports Photos

















최근 TV와 신문 등에는 의사 출신 의학전문기자가 의학 건강관련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루는 내용 또한 세분화 특성화되면서 언론사마다 의사기자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죠. 그러나 해박한 지식과 의술을 갖고 있는 의사라 할지라도 모두가 기자가 될 수는 없겠죠. 의사기자 못지않게 많은 독자층을 갖고 있는 조선일보의 임호준 건강전문 기자의 컬럼 ‘지나친 운동, 생명을 단축시킵니다’라는 제목의 글(2005.10.19)을 소개합니다.

10년 넘게 신문사 건강 담당기자로 일하며 가장 뿌듯한 일은 건강과 운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붐을 일으킨 것입니다. 제가 속한 신문사에선 1997년 국내 최초로 주제별 ‘섹션 신문’을 발행하면서 당시까지 주(週) 1면이던 의학-건강면을 주(週) 4~5면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신문사들도 앞다퉈 의학-건강지면을 늘였고, 1~2년쯤 뒤엔 방송사들도 매일 9시 뉴스에 건강 정보를 포함시킬 정도가 됐습니다. 어찌 보면 현재의 건강-웰빙 열풍은 2000년을 전후한 신문-방송의 이 같은 노력에 힘 입었다고 할 수 있는데, 운 좋게도 그 가장 시발점에 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쓴 건강 기사를 화제로 삼고, 실천하는 것을 보면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직장인인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조금 걱정되는 상황들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자주 도움을 받는 모 병원 홍보과 직원 중 한 사람은 수년 전 마라톤을 시작한 이래 매일 아침 10km 정도씩을 달리며, 주말엔 매번 20~30km를 달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지난 2년에 걸쳐 백두대간을 완주하고, 지금도 무박(無泊) 산행 등을 즐기고 있습니다. 철인 3종 경기에 심취한 모 대학병원 교수의 운동량은 보통사람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출퇴근을 뛰거나 자전거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녁 모임이 있으면 동료나 비서에게 미리 양복을 모임 장소에 가져오게 부탁한 뒤, 자신은 뛰어서 그곳까지 간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운동광(運動狂)’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데, 최근 몇년 새 운동광이 폭증했습니다. ‘죽음의 거리’라는 42.195㎞ 마라톤에 도전하는 사람들로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마라톤 대회마다 미어 터지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신문사가 주최하는 춘천 마라톤은 인기가 너무 좋아, 참가하려면 엄청난 ‘빽’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제게 ‘청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피트니스 센터는 다시 성업(盛業) 중이며, 밤에 거리를 나가보면 불을 환히 밝힌 피트니스 센터에서 런닝머신 위를 뛰는 모습을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한결 같이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하면 온 몸이 찌프듯해서 견딜 수 없다고 하는데, 아마도 운동을 할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 등 여러 가지 기분 좋은 호르몬들이 마약처럼 사람을 중독시키기 때문인가 봅니다.

물론 운동은 건강을 증진시키고 생활 습관병(성인병)을 예방하고 생명을 연장시킵니다. 자동차나 리모콘 등 각종 기계 전자장비들이 인간의 육체활동을 대신하고, 과거 임금님이나 먹던 산해진미를 매일 먹어대는 요즘 같은 세상에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단축됩니다. 그러나 운동의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적당할 때’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세상만사에 지나쳐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절대 선’처럼 보이는 운동도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관절이나 근육 등 몸을 직접적으로 상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포를 노화시키고 생명을 단축시킵니다.

지나친 운동이 안 좋은 직접적 이유는 유해산소(또는 활성산소) 때문입니다. 달리기를 하면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데, 산소가 이산화탄소로 바뀌는 과정에서 유해산소라는 물질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세포노화를 촉진시키는 주범입니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 ‘항산화제’ 또는 ‘항산화 작용’이란 단어를 많이 듣게 되는데, 비타민C로 대표되는 항산화제는 이 같은 유해산소의 작용을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운동을 하면 유해산소의 나쁜 작용을 막아주는 인체의 항산화력(抗酸化力)도 어느 정도 증강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적당이만 운동하면 세포의 손상이나 노화 없이 운동의 좋은 효과만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나 운동이 지나쳐 인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너무 많은 유해산소가 발생하면 운동의 좋은 효과는 없어지고, 오히려 나쁜 효과만 나타나 세포가 손상을 입게 됩니다.

지나친 운동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잘 증명돼 있습니다. 스페인 연구팀이 90분간 운동한 사람에게 소변검사를 실시한 결과 유해산소로 인한 세포손상이 21% 증가했으며,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창생 연구’에선 지나친 운동을 한 그룹의 수명이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보다 약간 짧았습니다. 이와 유사한 연구결과들은 수도 없이 많으며, 지나친 운동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더 이상 논란의 소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의사들이 “운동하라”고 말할 때 항상 ‘적당히’라는 부사를 붙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운동 강도가 적당할까요? 여기에 관해선 일치된 견해가 없습니다만 대략 하루 300kcal 정도의 운동량이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는 체중 70kg인 성인이 30분 정도 뛰거나, 1시간 정도 걸을 때 소모되는 칼로리입니다. 하버드 동창생 연구에서도 1주일에 2000~2500kcal 이상 운동한 그룹의 수명이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이렇게 볼 때 마라톤은 건강을 위해 모든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권장할 만한 운동이 결코 아니며, 지나친 산행이나 골프 여행 등도 오히려 건강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주 2000~2500kcal의 운동량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닙니다. 좀 더 부지런을 떨고, 열심을 내서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노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에 중독된 사람이라면 운동량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운동광들은 열심히 운동을 함으로써 건강과 활력뿐 아니라 자기 만족감과 쾌감까지 얻을 수 있다고 운동을 예찬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것은 만고(萬古)의 진리입니다. 그들이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절대 선(善)’ 운동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건강&미용운동... 눈과 귀